완전 평면

일기 2007. 11. 15. 12:3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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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완전 평면


 얼굴이 합죽이어서 그 놈의 별명이 ‘완전 평면’이었다.

처음 그 별명을 들었을 때 어떻게 웃음이 나왔었는지......

눈썹의 양 끝은 밑으로 쳐져 있었지만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.

눈 밑에 있는 죽은깨가 무척 장난꾸러기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키가 다른 놈들보다 훨씬 작았는데 내가 키가 몇이냐고 물어보면 “그건 비밀인데요”라고 씩 웃곤 했다.

 작년 그 놈이 2학년 때 나는 ‘기초학력반’을 맡아 방과 후에 기초학력이 떨어진 몇 명을 데리고 기본적인 산수며 읽기, 쓰기 등을 가르쳤었다.

 그 놈은 무척 명랑해서 3학년들에게는 “형,형”하며 잘 따랐고 후배 1학년들에게도 마치 친구처럼 어울려서 학년의 경계가 없이 잘 어울렸다. 선생인 나에게도 쓸데없는 질문 등을 던지며 언제나 붙임성 있게 굴었다. 성적이며 외모가 도통 불편하지 않은 그 놈을 선,후배가 모두 좋아했고 나도 그 놈에게 무척 정이 생겨 복도에서나 어디에서 만나면 괜히 툭툭 건들며 얘기를 걸곤 했다.

 그 놈이 시설 수용원(고아원)에 있다는 것을 내가 안 것은 1년이 지나 그 놈이 3학년이 됐을 때의 일이었다. 기초 학력반도 맡지 않아 그 놈과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저의 담임과 이야기 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.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어찌됐는지 모른다고 했다. 그 후론 그 놈에게 연민의 정을 많이 느꼈다.


 그리고 가을 축제 때 그 놈이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.

공부도 못하고 해서 무슨 재주라고는 있으리라도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. 

세 명이 나와서 뒹구는 힙합 댄스였는데 얼마나 잘 추는지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되어 버렸다. 그 중에서도 완전 평면이 추는 춤은 거의 프로 수준이었다. 한 손으로 도는 고난도 기술까지도 쉽게 해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최고의 인기스타가 돼 버렸다.

 축제의 그 날 최고가 된 ‘완전 평면’

그 놈은 일년 중 오늘만 기다렸을지 모른다.

공부가 없고 자기 재주를 마음껏 펼치는 날.

아니 그 놈은 365일 모두 다 자기 재능을 펼치는 그런 날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.

나는 그 놈이 열렬한 박수를 받는 것을 보고 눈물이 맺혔다.

그리고 나는 그 놈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졌다.



Posted by 장돌